전체 글19 천포리 소년의 출근길,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매력적인 두려움 경상북도 경주, 그곳에서 북쪽으로 12킬로미터를 더 들어가면 건천이라는 작은 동네가 나옵니다. 거기서 다시 산 방향으로 깊숙이 머리를 밀어 넣어야 비로소 나타나는 깡시골, 천포리가 제가 1961년에 태어난 고향입니다. 그 시절의 대한민국이 대부분 비슷했겠지만, 도시의 문물과는 완벽하게 단절된 채 오로지 농촌이라는 정겨운 개념 안에서 놀고, 배우고, 자랐습니다.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뜯어보는 것을 유달리 좋아했던 꼬마 엔지니어에게, 그 당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기계는 가을마당을 요란하게 울리던 수동식 탈곡기였습니다.그러던 제가 다섯 혹은 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제 작은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천지개벽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라는 거대한 역사가 .. 2026. 7. 18. 수도원에 감금되어 철학으로 고문당했던 3박 4일 독일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살아남았다고 자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기술 교육이나 영업, 회계 같은 이성적이고 딱딱한 영역은 적어도 제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의 성장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거대한 벽을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법인가 봅니다. 어느 날, 회사로부터 관리자 교육을 받으라는 명령을 받고 3박 4일간 외딴 수도원(Kloster)으로 꼼짝없이 끌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문이 닫히는 순간, 그곳은 교육장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정신적 감옥이었습니다. 독일의 옛 수도사들이 쓰던 방에는 TV는커녕 흔한 커피잔 하나조차 없었고, 오직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죠. 진짜 고문은 그 텅 빈 공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거창한 테마 아.. 2026. 7. 17. 독일 맥주 내가 운동후 맥주를 즐긴다는 것은 이미 말했고. 이제는 그중에서 어떤 맥주를 진짜 좋아하는지 그 맛을 잊기 전에 기록을 해놓아야겠다. 사진 속이 맥주잔이 일렬로 칼같이 줄을 서있으니 맥주 맛이 좀 떨어질라고 하는데... 어쨋든맨 왼쪽의 맥주가 내가 Pilsner중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동독 Dresden에 서 만드는 Radeberg이다. 필스너의 독특한 쌉싸리함이 있지만 Stuttgart Hofbraue처럼 강하지않고 은은한 것이 옛적 쏘비에트 시절의 은근함이 베여있다. 두번째의 Paulaner는 뮌헨 출신으 맥주로 워낙에 생산량이 많아 독일 전역에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심지어 우리나라의 마트에도 들어와 있으니까. 그래도 맛은 좋다. 특히 Hefeweisen이 일품인데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서 생맥으로 .. 2026. 7. 15. 물 세상을 댕겨보면 우리나라의 물이 참~ 좋다는 걸 느낀다. 실제로 우리나라, 핀란드, 노르웨이 이렇게 물이 좋은 나라라고한다. 서유럽 대륙의 물은 석회가 많다. 씽크대에서 설겆이를 하고나서 마르면 씽크대 윗면에 항상 허연 물때가 드러난다. 샤워를 해도 좀 개운치가 않고 뭔가 덜 씻은듯한 기분이다.베트남의 음식은 다양하고 값도 싸서 가성비좋기로 유명하다.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반쎄오'와 만두다. 그런데 요런 물기가 거의 없는 음식을 주로 먹는 이유는 바로 물 때문이다. 베트남에 오면 항상 10-15%의 배탈이 나있는 것같다. 그러니까 복통이 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뭔가 '사르륵~' 하는 느낌이 드는데 쌀국수처럼 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직빵이다.수도물에 흙성분도 상당이 섞여 나오는 편이다. 그래도 월말.. 2026. 7. 15. 호치민 화장실의 '치명적인 시선들' 호치민의 한 활기찬 푸드코트. 사방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쌀국수 육수 향과 달콤한 코코넛 밀크 향, 그리고 수많은 여행자의 웅성거림이 한데 뒤섞인 열기 속에서 기분 좋은 포만감을 채우고 있을 때였다. 생리적인 신호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긴 곳은 푸드코트 한구석의 남자 화장실. 가벼운 마음으로 지퍼를 내리려던 순간, 내 시선은 소변기 너머 벽면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어라...?"소변기 바로 위, 타일 벽면을 따라 길게 늘어선 파란색 띠 속에서 네 명의 젊은 여성들이 일제히 나를—정확히는 내가 지금 막 해방하려는 '그곳'을—아주 정밀하게 조준하여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진 속 그녀들의 표정과 손동작은 가히 예술적이었다. 첫 번째 칸의 그녀는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검지손가락으로 아래를.. 2026. 7. 15. 야~ 참 빠르다! 독일에서 살다오니 우리나라 행정이 정말 시원시원하게 빠르다. 독일에는 이런 우스게 소리가 있다."독일 공무원들은 안경을 왜 끼고있을까?" "그걸몰라? 졸다가 들고 있던 볼펜에 눈 찔리지 않으려고 끼지!"그럴리야 있겠냐만 독일 관공서의 풍경을 보면 약간은 이런 농담이 이해가 간다. 문을 꼭 닫아 놓고 문밖에 초록색 불이 들어와야 들어갈 수있다. 서류가 하나라도 빠지면 "다음 기회에~" 이번 기회는 날아간다.그러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니 좋은게, 일단 온라인으로 거의 다 해결이 된다. 나갈 필요가 없다. 놀랍다. 전입신고도 그렇고, 출입국 관련 서류도 그렇고, 은행도 그렇고 핸드폰만 있으면 모든것이 초특급이다. 정말 시원 시원하다. 원시에서 현대로... 뭐 그런 느낌? 2026. 7. 1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