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 욕망의 포식자와 사회적 비용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고단하기 마련이다. 자산의 개인 소유가 인정되는 체제이기에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이 자연스레 피어나고, 이는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경쟁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어찌 편하기만 하겠는가. 그럼에도 질서를 지키는 성숙함과 몇 가지 간단한 사회적 규칙만 준수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살 만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문제는 그 소박하고 간단한 룰을 깨뜨리는 '욕망의 포식자'들이 늘 존재한다는 점이다.이들은 주로 사회 체제가 급변하는 혼란기에 모습을 드러낸다. 독립, 혁명, 체제 전환 같은 거대한 사건은 욕망의 포식자들에게 그야말로 황금 같은 기회가 된다. 일제강점기 해방 직후 권력과 자산의 공백을 비집고 들어간 이들이 .. 2026. 8. 9. 범인은 불가역상(凡人不可逆相) 돌아가신 선친께서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다. 하도 많이 들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바로 "범인은 불가역상(凡人不可逆相)"이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보통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역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며, 이를 결코 숨길 수 없다"*라는 의미다. 나 역시 이 말씀을 삶의 지혜로 삼아왔고, 때때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반추해 보곤 한다.그런데 독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서양인들에게는 이 지혜가 100% 똑같이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 눈은 홑꺼풀인 데 반해 그들은 대부분 짙은 쌍꺼풀과 큰 눈을 가졌다. 회의나 대화를 할 때 눈을 땡그랗게 뜨고 정면을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언뜻 매우 투명하고 정직해 보인다.하지만 독일이.. 2026. 8. 9. 독일 수도원에서 깨달은 '연결된 세상(Connected World)' 살면서 자꾸만 되새겨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세상—아니,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은 매초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여 세포가 살아갈 에너지를 만들고, 다시 공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내 가슴속 세포와 한 달 동안 함께 살던 산소 분자 하나가, 어느 날 내가 기침하는 통에 몸 밖으로 나가 먼지와 뭉쳐 놀다가, 태풍에 휘말려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갓 태어난 어느 아기의 첫 숨 속으로 들어갈지 누가 알겠는가.내가 일해서 은행에 차곡차곡 넣어둔 월급과 연금도 마찬가지다. 그 돈이 은행에 그냥 차분히 앉아 있을 리 만무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펀드매니저의 손을 거쳐 아프리카의.. 2026. 7. 26. 프랑스 공항의 꽁초와 인도의 소변기: 25년 보쉬맨이 목격한 '문화'의 거대한 힘 문화라는 단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맞고 틀림의 잣대를 대는 순간 문화는 그 가치를 잃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이해의 문이 열린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타인의 관습을 거부감 없이 흡수하기란, 때로 고정관념이라는 견고한 벽과 부딪히기 마련이다.오래전 유럽, 특히 프랑스는 담배에 참으로 관대한 나라였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출장길에 자주 들렀던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수하물을 찾는 컨베이어 벨트에 한쪽 발을 턱 얹은 채, 맛깔나게 장장 장대처럼 길고 긴 담배 연기를 내뿜던 금발 미녀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여지없이 다 피운 담배꽁초는 바닥을 향해 냅다 내팽개쳐졌다. 당시 그것은 그들의 일종의 '국룰'이었다."왜 쓰레기통에 안 버리고 .. 2026. 7. 26. 욕조 곡선과 소비의 지혜: 신차 구매를 늦추는 이유 젊은 시절의 나는 물건을 살 때 늘 가성비를 따지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쪽을 선택하는 습관이 있었다. 반면 내 아내는 늘 최고급이나 제대로 된 물건을 찾는 편이었다.처음에는 아내의 그런 소비 습관이 다소 이해되지 않았지만, 긴 세월을 거치며 결국 아내의 포지셔닝이 옳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저렴한 물건은 얼마 쓰지 못하고 이른 고장으로 고생하거나, 기대했던 성능에 미치지 못해 결국 버리고 다시 사며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제값을 주고 제대로 된 물건을 사야 손해가 없다는 아내의 지혜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 계기였다.그러나 모든 물건에 이 법칙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동차'와 같이 수만 개의 부품이 정밀하게 조립되어 움직이는 복잡한 정밀 기계의 영역으로 들.. 2026. 7. 21. 신천 변에서 생각하는 r > g, 그리고 우리들의 삶 오전의 분주함이 지나가고 한가로운 햇살이 비추는 시간, 대구 신천의 나즈막히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본다.오늘 아침은 제법 분주했다. 기술사 등록과 관련된 몇 가지 행정 절차를 처리했고, 갑작스레 먹통이 된 자동차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출장 기사님을 불렀다. 현장에 오신 기사님은 나보다 열 살은 더 드신 듯한 어르신이었다. 무거운 배터리를 숙련된 손길로 교체하시는 그분의 묵묵한 뒷모습을 보며 감사함과 함께 묘한 만감이 교차했다. 바쁜 주식시장의 피크 타임이 지나고, 배터리 교체까지 마친 뒤 비로소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나는 창밖의 신천을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을 복기해보게 된다.돌아보면 나의 부모님 역시 깡촌에서 태어나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과 자식들 학비 대는 데 온 삶을 바치셨다. 평생.. 2026. 7. 2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