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3 범인은 불가역상(凡人不可逆相) 돌아가신 선친께서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다. 하도 많이 들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바로 "범인은 불가역상(凡人不可逆相)"이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보통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역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며, 이를 결코 숨길 수 없다"*라는 의미다. 나 역시 이 말씀을 삶의 지혜로 삼아왔고, 때때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반추해 보곤 한다.그런데 독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서양인들에게는 이 지혜가 100% 똑같이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 눈은 홑꺼풀인 데 반해 그들은 대부분 짙은 쌍꺼풀과 큰 눈을 가졌다. 회의나 대화를 할 때 눈을 땡그랗게 뜨고 정면을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언뜻 매우 투명하고 정직해 보인다.하지만 독일이.. 2026. 8. 9. 프랑스 공항의 꽁초와 인도의 소변기: 25년 보쉬맨이 목격한 '문화'의 거대한 힘 문화라는 단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맞고 틀림의 잣대를 대는 순간 문화는 그 가치를 잃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이해의 문이 열린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타인의 관습을 거부감 없이 흡수하기란, 때로 고정관념이라는 견고한 벽과 부딪히기 마련이다.오래전 유럽, 특히 프랑스는 담배에 참으로 관대한 나라였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출장길에 자주 들렀던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수하물을 찾는 컨베이어 벨트에 한쪽 발을 턱 얹은 채, 맛깔나게 장장 장대처럼 길고 긴 담배 연기를 내뿜던 금발 미녀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여지없이 다 피운 담배꽁초는 바닥을 향해 냅다 내팽개쳐졌다. 당시 그것은 그들의 일종의 '국룰'이었다."왜 쓰레기통에 안 버리고 .. 2026. 7. 26. 신천 변에서 생각하는 r > g, 그리고 우리들의 삶 오전의 분주함이 지나가고 한가로운 햇살이 비추는 시간, 대구 신천의 나즈막히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본다.오늘 아침은 제법 분주했다. 기술사 등록과 관련된 몇 가지 행정 절차를 처리했고, 갑작스레 먹통이 된 자동차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출장 기사님을 불렀다. 현장에 오신 기사님은 나보다 열 살은 더 드신 듯한 어르신이었다. 무거운 배터리를 숙련된 손길로 교체하시는 그분의 묵묵한 뒷모습을 보며 감사함과 함께 묘한 만감이 교차했다. 바쁜 주식시장의 피크 타임이 지나고, 배터리 교체까지 마친 뒤 비로소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나는 창밖의 신천을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을 복기해보게 된다.돌아보면 나의 부모님 역시 깡촌에서 태어나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과 자식들 학비 대는 데 온 삶을 바치셨다. 평생.. 2026. 7.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