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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천포리 소년의 출근길,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매력적인 두려움

by 하카 존탁 2026. 7. 18.

경상북도 경주, 그곳에서 북쪽으로 12킬로미터를 더 들어가면 건천이라는 작은 동네가 나옵니다. 거기서 다시 산 방향으로 깊숙이 머리를 밀어 넣어야 비로소 나타나는 깡시골, 천포리가 제가 1961년에 태어난 고향입니다. 그 시절의 대한민국이 대부분 비슷했겠지만, 도시의 문물과는 완벽하게 단절된 채 오로지 농촌이라는 정겨운 개념 안에서 놀고, 배우고, 자랐습니다.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뜯어보는 것을 유달리 좋아했던 꼬마 엔지니어에게, 그 당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기계는 가을마당을 요란하게 울리던 수동식 탈곡기였습니다.

그러던 제가 다섯 혹은 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제 작은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천지개벽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라는 거대한 역사가 천포리 앞마당을 지나가게 된 것입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집채만 한 중장비들이 붕~, 붕~ 하는 육중한 디젤 엔진 소리를 내며 붉은 흙먼지를 일으키는 모습은 소년의 심장을 터질 듯이 뛰게 만들었습니다. 그 거대하고 낯선 기계의 역동성은 충격적일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당시 그 중장비를 운전하시던 기사님 가족이 저희 시골집에 세를 들어 살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정겨운 억양을 쓰던 제 또래의 예쁜 딸아이가 있던 가족이라 지금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삿날, 아저씨는 거대한 프론트 엔드 로더(Front-end Loader)의 버킷 앞에 이삿짐을 가득 싣고 당당하게 마당으로 들어서셨습니다. 깡촌 촌놈에게는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이자 마법 같은 광경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제게는 매일 아침 고속도로 건설 현장으로 달려가는 신나는 '출근길'이 시작되었습니다.

1967년쯤의 경부 고속도로 건설 장면



집 마당에서 아저씨가 커다란 장비에 기름을 치고, 제 키보다 훨씬 큰 집채만 한 타이어를 툭툭 치며 점검하는 모습은 세상 그 어떤 영웅보다 멋있어 보였습니다. 거친 디젤 배기음과 코를 찌르던 매캐한 매연 냄새, 그리고 아저씨의 옷에 훈장처럼 묻어있던 검은 그리스 기름 얼룩은 제게 '기계'라는 존재가 가진 살아있는 생명력 그 자체로 각인되었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자동차와 중장비, 엔지니어링의 세계에 몸담게 된 강력한 엔진오일이 그때 제 심장에 주입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로부터 어느덧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나온 날들과 지금 눈앞에 펼쳐진 고도의 기술 문명을 비교해 보면, 도저히 한 인간의 수명 안에서 일어난 변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득한 격차를 느낍니다. 어린 눈에 마냥 멋있어 보이던 김 씨 아저씨의 투박한 손길은 이제 완전한 하이테크 진단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이 대체해 버렸습니다. 그 정겹던 디젤의 거친 숨소리와 배기가스 냄새, 그리고 수리공 아저씨의 기름 묻은 작업복은 이제 디지털 시대의 장막 뒤로 영영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사유를 흉내 내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 세상이 또 얼마나 무섭게 뒤집어질지 생각하면, 짜릿한 매력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 서늘한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천포리 앞마당의 디젤 엔진 소리에 가슴 뛰던 소년은 어느덧 백발의 엔지니어가 되어 또 다른 천지개벽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미래가 가져다줄 이 매력적인 두려움의 끝에는 과연 어떤 삶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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