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무기
하카 존탁
2026. 7. 14. 08:26
"당신은 이무기야 이무기!" 이건 내가 아내에게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회사에서도 일도 잘하고 승진도 잘되어 나갔지만 최고는 못돼고, 테니스건 골프건 운동도 잘 하는데 대표급은 아니고, 바둑과 고도리 다 잘하는데 타짜급은 아니고 아내는 나의 이런 어디서나 최고가 되기 직전에서 빌빌거리는 것이 꼴보기 싫었던것 같다. 나도 스스로를 보면 뒷심이 부족했나? 아니면 인내력이 없었나? 나도모르는 괴벽이 있나? 돌아보지만 신통한 답을 찾지 못하다가 어느 출장길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독일로 출장을 나가는데 사장과 동행이었다. 오전 시간에 KLM을 타러 공항으로 나가서 첵인한 다음 라운지에서 서류도 보고 메일도 보고 하고서는 자연스럽게 맥주를 한잔 따라서 마시면서 사장에게 "맥주 안드세요?" 라고 하니 자기는 독일시간으로 오후 5시에서 밤10시 사이에만 맥주를 마신다고 했다. 세상의 어느 구석에 있든간에. 그래서 머쓱했지만 뭐 그냥 혼자서 마시면서 생각했다. "용이 되면 참 답답하겠다."
그때 알았다. 용이 되려면 저 숨막히는 답답함을 견뎌내며 스스로를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내 천성은 철저한 통제보다 재미난 세상과의 연결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기분 좋은 이무기로 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