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원에서 깨달은 '연결된 세상(Connected World)'

살면서 자꾸만 되새겨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세상—아니,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은 매초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여 세포가 살아갈 에너지를 만들고, 다시 공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내 가슴속 세포와 한 달 동안 함께 살던 산소 분자 하나가, 어느 날 내가 기침하는 통에 몸 밖으로 나가 먼지와 뭉쳐 놀다가, 태풍에 휘말려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갓 태어난 어느 아기의 첫 숨 속으로 들어갈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일해서 은행에 차곡차곡 넣어둔 월급과 연금도 마찬가지다. 그 돈이 은행에 그냥 차분히 앉아 있을 리 만무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펀드매니저의 손을 거쳐 아프리카의 커피 농장으로, 러시아의 카비아 시장으로, 그리고 독일의 자동차 공장으로 흩어져 세상을 돌고 돈다.
엔지니어로서 내가 평생 해온 일 역시 세상과 정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가 설계하고 만들었던—그리고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던—자동차 부품들은 누군가 타는 고급 승용차의 안전한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아프리카 오지 마을을 달리는 오래된 차의 대체 부품으로 팔려 나갈 수도 있다. 어쩌면 전쟁터에서 누군가를 향해 달리는 군용차 엔진에 연료를 분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간접적으로 누군가의 비극을 도운 셈이 되는 것일까?)
우리는 굳이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가며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얽히고설킨 채로 태어났고, 그렇게 서로를 품으며 살아가다가 결국, 연결된 채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잘 사는 방법은 명확하다. 내 주위 사람들의 영혼을 편안하게 해주고, 나와 연결된 수많은 생명작용을 기꺼이 돕는 것. 타인을 돕는 것이 곧 내 삶과 생명을 온전히 지키는 길이다. 우리는 전부, 처음부터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녁무렵에 자주 있는 형님과의 술자리에서 내가 중간 중간 이런 말을 하면 형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하는 말씀이 "인자 끝났나?, 씰데 없는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 고마하고 술이나 무라!" 하시면서 내 앞에 놓인 맥주잔을 연거푸 채우신다.